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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손님노동자'(감독: 이산하)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본선 진출




제14회 피치&캐치 프로젝트 피칭(이하 피치&캐치)에는 지난 6월 2일부터 11일간 진행된 공모를 통해 극영화 71편, 다큐멘터리 14편 총 85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전체 접수작 중에서 총 20편(극영화 10편, 다큐멘터리 10편)을 면접심사 대상작으로 압축하였고, 이후 서류 심사와 심층 면접을 통해 총 10편의 작품 (극영화 5편, 다큐멘터리 5편)을 위와 같이 본선 진출작으로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극영화 부문 예심 총평>

전 세계적으로 영화와 극장이라는 매체가 유효한가라는 의문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5주년을 맞는 피치&캐치 출품작들은 작품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소재의 선택, 스토리텔링의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영화가 영상매체의 최전선에 서 있음을 확인해주는 의미 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특히 면접심사까지 진행한 10편의 작품은 여성서사의 의미를 확장하고,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과 젊은 세대의 관심사를 적절히 반영하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기분 좋게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매드 댄스 오피스>는 완벽주의로 부구청장을 꿈꾸는 중년의 직장 여성과 늘 어설픈 신입 공무원이 어쩌다 플라멩코를 추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는 걸 깨닫는 유쾌한 코믹드라마로 플라멩코가 어떻게 표현될까 기대되고, <생명의 은인>은 보육원 청소년인 주인공의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빌려달라고 찾아온 생명의 은인이라는 엄마 뻘의 여자에 대한 의심과 좌절, 그리고 뜻밖의 반전, 감동까지 아주 잘 만들어진 휴먼드라마로 인물들을 내내 응원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희망고시원 퇴마클럽>은 귀신을 볼 수 있고, 때려잡을 수 있는 능력으로 퇴마를 하지만 그건 알바일 뿐, 취업을 향한 주인공의 끝없는 구애를 유지하는 포인트가 신선한 기획으로 눈길을 끌었고, <아이엠러브>는 독특한 여주인공 캐릭터에 푹 빠져 그녀의 서툰 사랑법에 공감하면서도 그녀를 지켜주고픈 마음으로 보게 된 흥미진진한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노간주나무>는 ‘모성애’를 공격함으로 인해 다시 ‘모성애’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획 포인트가 작가의 필력으로 더 빛나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작품들 또한 충분히 개발의 가능성이 있었으나 아쉽게도 최종에 들지 못했습니다. <트램펄린>은 소녀들의 성장담이 음악에 실려 경쾌하게 펼쳐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들게 했고, <유림>은 길 위에 나선 소녀들의 여정과 그 끝에서 만나는 짜릿한 연결의 순간이 돋보였습니다. <미완의 피학>은 고전적이고 세련된 퀴어 로맨스 서사를 기대하게 했으며, <효로자식>은 부모를 따르지도 벗어나지도 못하는 젊은 세대가 감히 쉽게 던지지 못할 직구를 강하게 던진다는 점이, <경계의 집>은 게임 같은 내러티브와 한정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이 잘 결합된 장르적 접근이 신선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함께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지만, 창작자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애정과 열정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조만간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바라는 마음을 보탭니다.

-극영화 부문 예심 심사위원 일동 (강원숙, 구정아, 정상민)

<다큐멘터리 부문 예심 총평>

올해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심사는 매우 각별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심사는 경쟁을 전제로 하지만, 이번 피치&캐치 현장에서 함께 만난 다큐멘터리스트와 심사위원은 왠지 모를 동질감과 연대 의식을 느꼈습니다. 그것을 ‘자매애’로 갈음하기엔 뭔가 부족합니다. 성별 임금 격차가 OECD 국가 중 가장 크고, 차별과 여성 혐오 범죄가 엄존하는 현재의 한국 사회는 ‘애정’만으로는 견디기 힘든 곳이고, 여성의 삶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의 지원작 모두 이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가족, 젠더, 노동, 역사 예술 등 다각도에서 한국 사회 속 여성의 현재에 대한 시선을 만날 수 있었으며, 동시에 ‘여혐의 시대’에 여성의 삶을 재현하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과 ‘고단함’ 역시 느껴졌습니다. 심사위원 모두가 다큐멘터리 현장의 동료들이었기에 각별하고 어려운 심사였습니다. 모든 작품을 선정하고픈 마음이었지만, 이후 진행될 피치&캐치 멘토링 과정을 통해 다음 단계로 도약 가능성이 좀 더 큰 프로젝트를 선정했습니다.

여성이자 노동자, 그리고 아시안 이주민으로서 투쟁과 연대를 잊지 않았던 파독 간호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이주와 노동, 돌봄의 자리를 성찰하는 <손님 노동자>, 청와대 옆에 살며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몸소 겪었던 할머니와 감독 자기 가족을 통해 미시와 거시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를 성찰하는 <청와대 옆 붉은 벽돌집>,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며 2023년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이끌어가는 퀴어 활동가에게 주목하며 ‘광장’의 의미를 성찰하는 <원 숏 데이>, ‘공순’이라는 중의적인 이름으로 살아온 한 여성의 서사를 통해 여성, 나이듦, 육체, 노동, 돌봄의 의미와 역사를 일깨우는 <공순이>, 전통의 계승과 창의적 발전을 고민하는 각 세대의 여성국극 배우들을 통해 여성 연대와 예술의 의미를 탐구하는 <쌈마이들>을 올해의 선정작으로 발표합니다.

아쉽게 탈락한 지원작에 더욱 뜨거운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카메라와 현미경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모녀 관계와 광학 기계의 물성을 탐구하는 <마이크로스코픽 월드> 역시 고른 지지를 받았습니다. 남성 중심의 가족 제도 아래 불평등한 유산 분배를 주제로 가족 내 여성의 위치를 상기시키며, 다큐멘터리 감독과 주인공의 관계까지 성찰하는 <미스터리 F-파일>, 한국 최초 여성 실험영화 단체인 카이두의 역사성에 주목하며 실험영화와 문학을 넘나드는 과감한 시도를 예고하는 <카이두>, 가족 내 부존재했던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남매의 여정을 통해 가부장 및 남성의 해체와 새로운 의미화를 시도하는 <휴게소>, 전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이끄는 한국 출신 여성 지휘자 3인의 활약을 통해 보수적인 음악계 내의 새로운 변화를 탐구하고 여성 리더십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바톤-세계 클래식을 이끄는 마에스트라들> 역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부디 지금의 가능성을 꽃피워 더 좋은 자리에서 다시 만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다큐멘터리 부문 예심 심사위원 일동 (박소현, 이혁상, 하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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